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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16시간을 자고 일어났다.

 

야야.. 일어나봐 10시야

‘??? (일어남)!!!! 말도 안 돼!’

하하하

하하하

 

서로 미친듯이 웃었다.

둘 다 제정신이 아닌가 보다. 아무도 알람을 맞추지 않고 잔 결과였다. 내 몸은 걸을 생각이 없었다. 해가 중천에 뜬 12시에 출발했다.

산 지킴이께서 오시더니 산에 가면 조심하라는 당부를 하시고는 내 이름을 적어가셨다.

 

이야. 거 산에 간대요? 거기서 잔다고? . 프로다 프로. 멧돼지 나온다니. 조심해야 해요

 

이곳 사람들은 왜 이리도 친절한 걸까. 강원도 사투리를 직접 들으니 웃음이 나왔다.

 

앞서가는 동생에게 미안했다. 천천히 가는 자신 때문에 미안하다며 고맙다고 말하는데 난 알 수 있었다. 나도 그랬었다. 걸음이 느려서 같이 가는 이에게 피해가 갈까 노심초사하며 걸었다. 그렇게 걷고 나면 내가 무엇을 보았는지 기억이 안 나고 전혀 기쁘지도 뿌듯하지도 않은 채 피곤하기만 했었다.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여유를 가지는 일이 왜 이리도 힘들까.

 

산은 적막했다. 나는 이 고요가 그리웠다. 동시에 외로웠다.

 

 

2장  : 재밑 마을

재밑마을엔 3가구가 살고 있다. 물을 구할 수 있다.

내려가다 보니 호피 무늬의 강아지가 짖어댔고 아저씨께서 말을 걸어주셨다.

 

고맙습니다. 근데 강아지 이름은 뭔가요?’

호피

호피무늬 라서 이름이 호피였다.

 

내어주신 마당에 텐트를 쳤다. 물을 주셨고 밥을 먹었다. 이를 닦기가 귀찮아서 침낭으로 들어갔다. 그나마 얼굴을 닦는 물티슈도 생략했다. 나는 더러웠다. 산 밑은 추웠다. 옷을 다 껴입었지만 잠을 잘 수 없었다.

 

처음 보는 사람과의 대화는 조심스럽지만 즐겁다. 만날 확률이 없는 우리가 만나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내가 먼저 다가가면 되는 일인데 그것이 늘 어려웠다. 아저씨께서 주신 떡과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 갔다.

나는 여쭤보고 싶었다.

 

어떻게 살면 현명하게 사는 걸까요

. 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하루하루를 즐겁게 사는 거야. 지나고 보니까 그렇더라고, 즐겁게, 후회 없이

 

삼촌과 이야기하듯이 시간을 보냈다. 모르는 이에게 도움을 받는 일.

나는 이것이 또 다른 사랑이라 생각한다. 이제 내가 받은 사랑을 다른 누군가에게 줄 차례다.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호피네 집은 이렇다. 빠밤

'TV 채널 중 자연인에 나오는 집과 흡사하다. 빈틈없이 돌로 쌓아 올린 집 굴뚝엔 연기가 피어올랐고, 잘 끼워 맞춘 유리창이 있었으며, 자전거와 파라솔 그리고 의자 등 있을 건 다 있는 집이다. 강아지의 목줄은 더 멀리 갈 수 있게 목줄 손잡이에 밧줄을 끼워 넣어 집과 연결해 놓았다. 덕분에 호피는 산 위까지 올라갈 수 있다. 집안은 온통 황토가 발라져 있고 견고했으며, 작은 소파와 고급스러워 보이는 낡은 화장대 그리고 테이블이 있다. 전기를 직접 끌어와서 전자레인지도 있고 부엌도 있다. 냄비 뚜껑이 문 역할을 하는 난로엔 나무가 타고 있었다. 한마디로, 아늑했다.'

 

 

3장 : 여담

동생의 다리가 아파서 더 걸을 수 없었다이 이상 가다간 즐겁지 않다. 

나도 더는 걷고 싶지 않았다.

 

영림아 우리 바다에 가자

 

조금은 아쉬웠다. 산이 조금 더 푸르를 때 다시 오자 다짐하며 아저씨의 배웅과 함께 마을버스를 타고 동네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강릉 바다는 정말 끝내줬다.

 

 

'어디를 가던 즐겁기만 하면 됐지 뭐.'

 

 

길을 같이 걸어준 영림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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